도박에 빠져 억대의 빚을 지게 된 을은 대부업체의 채무변제요구에 시달리다가 자신이 전에 다니던 회사사장인 A의 재물을 강탈하여 빚을 갚기로 작정하였다. 을은 야간에 A의 집 담을 넘어 집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A의 가족들이 모두 집을 비워 A만이 안방에서 홀로 잠을 자고 있었다. 을은 A가 자는 방에 몰래 들어가 물건을 물색하던 중 갑자기 자고 있던 A가 일어나려고 하자 당황하여 베개로 A의 머리 부분을 누르고 소지한 칼로 복부와 가슴을 찔렀는데, A가 저항을 멈추고 사지가 축 늘어지자 이미 사망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을은 A의 돈과 귀중품 등을 챙긴 후 그대로 A의 집을 빠져 나왔다.
한편, A와 한 집에 사는 A의 친동생 H가 늦은 밤 귀가하여 A가 침대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즉시 병원에 이송하지 않으면 A가 사망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나, 요즘 재산다툼으로 A와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에 있던 H는 A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나머지 A를 구조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집에서 나와 버렸다. H가 즉시 구조조치를 취하였더라면 얼마든지 살 수 있었던 A는 결국 과다출혈로 사망하였다.
을과 H의 죄책은 각각 무엇일까.
목차 |
1.을의 죄책 1)특수강도죄(형법 제334조)의 성부 2)강도살인죄(형법 제338조)의 성부 (가)강도살인의 고의의 인정 여부 (나)상당인과관계의 인정 여부-비유형적 인과과정의 문제 3)결론 2.H의 죄책-부작위에 의한 살인죄(형법 제250조 제1항)의 성부 1)문제점 2)보증인지위의 인정 여부 3)결과방지가능성의 인정 여부 4)살인의 미필적 고의의 인정 여부 5)결론 |
1.을의 죄책
1)특수강도죄(형법 제334조)의 성부
을이 야간에 칼을 휴대하고 A를 강도하기로 하고 A의 집에 침입하여 소지한 칼로 복부와 가슴을 찌른 다음 물건을 강탈하였는바, 을의 행위는 형법 제334조 특수강도죄에 해당한다. 그리고 을의 행위가 특수강도죄를 구성하는 한 야간에 이루어진 주거침입행위는 특수강도죄에 흡수되어 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법조경합).
cf. 특수강도죄 설명 강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타인의 재물을 강취하거나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인데, 여기에 특수가 붙은 특수강도죄는 ①야간에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여 강도죄를 범함으로써 성립하는 야간주거침입강도, ②흉기를 휴대하고 강도죄를 범함으로써 성립하는 흉기휴대강도, ③2인 이상이 합동하여 강도죄를 범함으로써 성립하는 합동강도를 말한다. ①~③중 하나라도 해당될 경우 특수강도죄가 된다. |
2)강도살인죄(형법 제338조)의 성부
(가)강도살인의 고의의 인정 여부
판례는 '강도살인죄에 있어서 살인의 범의는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과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에 대한 미필적 고의로도 인정되는 것이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을이 사람의 생명을 해칠 수 있는 흉기인 칼로 사람의 복부와 가슴을 찌르는 행위는 피해자의 사망의 결과발생가능성 정도가 매우 큰 행위인바, 을에게는 강도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
(나)상당인과관계의 인정 여부-비유형적 인과과정의 문제
사안에서 선행하는 을의 강도살인행위가 A의 사망에 대하여 최초의 원인을 제공한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정작 A의 사망은 죽음 직전의 위급한 상태에 빠진 친형에 대한 구조조처를 전혀 취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 A의 친동생 H의 부작위라는 다른 사실이 개입하여 발생하였는바, 이는 바로 비유형적 인과과정이 문제되는 경우이다.
학설과 판례에 의하면 다른 사실의 개입이 피해자 자신이나 제3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 또는 천재지변 등 극히 이례적이고 예견불가능한 경우에는 선행행위(강도살인행위)와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게 된다.
H가 죽어가는 자신의 친형인 A를 발견하고도 H가 A에 대하여 구호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음으로써 A가 사망하였다는 사실은 사회통념상 지극히 이례적이고 예기하기가 매우 어려운 경우라고 평가된다. 따라서 을의 강도살인행위와 A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부정되어 을의 강도살인행위는 미수에 해당될 뿐이다.
3)결론
을의 행위는 형법 제342조, 제338조 강도살인미수죄를 구성한다.
2.H의 죄책-부작위에 의한 살인죄(형법 제250조 제1항)의 성부
1)문제점
H가 을에 의하여 복부자상을 입고 쓰러져 죽음 직전에 이른 자신의 친형 A를 방치하여 사망하게 한 행위에 대해서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성부가 문제된다.
cf. 작위와 부작위 작위란 규범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것을 하는 것, 부작위란 법규범이 요구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부작위는 단순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무위(無爲)가 아니라 규범적으로 기대되는 특정한 행위를 하지 않는 것 또는 행위자에게 가능한 일정한 행위에 대한 기대를 무산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
2)보증인지위의 인정 여부 →인정
H는 A의 친동생으로 둘은 한 집에 생계를 함께 하는 동거친족이므로 민법 제974조 제3호의 동거친족 간의 부양의무에 의하여 H는 A에 대하여 보증인지위에 있다(보증인 지위의 유형에 법령에 의한 작위의무로서 친족간의 부양의무 포함됨).
cf. 보증인 지위와 의무 일정한 법익과 특수하고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그 법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증 또는 보장해 주어야 할 지위를 말한다. 형법 제18조는 보증인을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는 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보증인의 의무는 '법적 의무'이다(단순한 도덕적 의무 아님). |
3)결과방지가능성의 인정 여부 →인정
H가 A를 발견하였을 당시 즉시 구조조치를 취하였더라면 A는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사정이 있었다는 점에서 개별적 행위가능성(결과방지가능성)이 인정된다.
4)살인의 미필적 고의의 인정 여부 →인정
H는 병원에 이송하지 않으면 A가 사망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나(결과에 대한 인식가능성), A와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에 있던 H는 A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A를 구조하지 않은 채 그대로 집에서 나와버렸다는 사정상 H에게는 A에 대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도 인정된다.
cf.부진정 부작위범의 최소한의 성립요건 ①보증인지위의 발생근거 ②결과방지가능성 여부 ③미필적 고의의 인정 여부 |
5)결론
H의 행위는 형법 제 250조 제1항 (부작위)살인죄를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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